대개 100년을 넘게 지켜온 것들은 옛 냄새의 격함이 베어있어 다소 주눅이 들기도 합니다.

오키나와에서 만난 100년이 넘은 오키나와 전통 가옥을 리모델링해서 만든 식당인 ' 우후야(大家) '는 소바전문 음식점으로

소박하면서도 어딘지 모를 아름다움이 있는 오키나와를 보여주는 것 같은 모습이었어요.

오키나와는 사실 최근에야 한국 교포들이 조금 늘었는데, 그래도 한국 음식점을 찾아보기가 굉장히 힘들어요.

우리나라 사람들의 입맛에 맞는 오키나와 맛집을 찾아내기도 쉽지 않은데, 우후야는 한국인 입맛에 딱 맞는 맛집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음식점이지만 아기자기한 기념품샵도 있고, 오키나와 전통의상을 빌려 입고 오래된 민가 앞에서 사진 촬영도 할 수 있는,

어쩌면 이제 제법 유명세를 갖춰 관광객들을 위한 대형 주차장이라던가 이런 사소한 접대 냄새는 아마 당연한 것일지도.

야트막한 언덕에 민가와 정원이 어우러지도록 만든 우휴야는 이리저리 둘러보는 재미도 쏠쏠.

음식점이지만, 정말 풍류를 즐기러 들러보는 것도 좋을듯. ^^

처음 눈 앞에 나타난 것은 자그마한 오키나와 민가지만, 음식점 안으로 들어가면 구불구불한 복도를 따라 가고,

계단도 오르고, 다른 건물로 옮겨가면서 자리를 잡아야 합니다.

웬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나오는 집들같은.

실내는 에어컨이 가동되어 시원하고~ 창 밖으로 흐르는 정원의 시냇물을 바라보니.. 웬지모를 정겨움.

계곡물이 흐르는 어느 계곡의 음식점에 온 것도 같고.ㅋ

서둘러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들여다보고 주문도 하고.. 정원도 구경하고..

본토와 다른 오키나와라지만, 일본에 병합된지 꽤 오랜 시간이 흘러서인지 무릎꿇고 주문받는 종업원들의 모습은 영락없는 일본인.

100년이 넘은 음식점인데, 이제는 자동주문 기계를 들고 메뉴를 듣고 두드리는건 정말 아이러니하군요. ^^

우후야에서 유명한 것은 물론 소바.

그리고 그날만 한정해서 30그릇만 파는 따뜻한 소바도 있고, 오키나와의 유명한 돼지고기 가득든 규동도.

대략 1인당 1200엔~1500엔 정도면 맛난 식사를 할 수 있어요.

한상 가득 푸짐하게 나온 음식들.

배고픈데.. 아.. 다들 카메라로 열심히 찍느라 잠시 대기.ㅋ

신선한 오이와 토마토, 계란지단이 들어간 냉소바는 걸쭉한 소스에 묻혀서 먹어요.

얼음도 넣어주면 좋겠지만.. 약간 미지근하지만 맛은 아삭아삭 맛나거든요~

국물이 시원했던 돼지고기 들어간 온소바.

밥이랑 같이 나와서 먹으면 정말 든든.

호텔 조식에서 먹어보고 반한 손두부 들어간 국물.

파래인지 메생이인지 모르겠지만, 손두부랑 같이 먹으니까 속도 풀리고 좋더라구요.

집에서 다시마 육수내서 연두부랑 메생이 넣어서 만들어도 괜찮겠어요.

어쩌면 우리나라로 따지면 요 한 상이 백반이겠어요.

해조류가 들어간 밥도 고소하니 괜찮고, 즈유에 절인 돼지고기나 갖가지 반찬들이 꽤나 독특했던.

예전같으면 놀랬겠지만, 10년전 오사카에 갔을때 돼지고기 둥둥뜬 라멘을 보고 헉!놀란 후로

이제 웬만한 일본 음식에 돼지고기를 올려놔도 놀래지 않는다는. ^^

뜨거운 태양만 아니라면 한잔했겠지만.. 더위에 술까지 마시면 파김치될까봐 말도 못꺼낸 한잔술.

웬지.. 대가(大家)라고 써진 우휴야표 술은 한 번 먹어보고 싶더군요.

 어느덧 싹싹 자기 분량 다 비워가는 스티커들.

맛난 우휴야의 음식들을 그냥 흡입했다고 하는게 맞겠군요. ^^

시원하고 흐르는 물소리 좋았던 우후야는 점심시간이 되면 발디딜틈없이 사람들로 꽉 차는데,

특히 이렇게 정원이 보이는 창가자리를 다들 선호하는.

그러나 이 장소는 창문도 에어컨도 없어서 완전 더워요.ㅋ

그리고 우후야에 있는 작은 기념품 가게에는 오키나와 카스테라와 과자를 파는데 정말 맛있어요.

배불러서 사올 생각도 못했는데, 왜 안사왔나 모르겠네요.

* 출처 :  http://blog.naver.com/marianz/10115128114